기업에서 자금 사고가 드러난 뒤 내부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거래가 처음부터 수상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거래처 정산, 업무상 비용, 카드 사용, 급여 조정처럼 그럴듯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자금 사고는 누가 봐도 이상한 거래가 아니라, 설명은 되지만 어딘가 이상한 거래 안에서 오랫동안 숨어 있게 됩니다.
설명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의심을 차단합니다
이유가 있고, 문서상 형태가 맞아 보이고, 회계 처리도 그럴듯하면 일단 넘어가기 쉽습니다. 횡령은 설명할 수 없는 거래보다 오히려 설명 가능한 거래의 형태를 빌려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명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의심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거래 하나는 자연스럽지만, 흐름 전체는 다릅니다
특정 비용이 반복적으로 집행되는데 그때마다 이유가 있습니다. 카드 사용 내역도 하나씩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전체 흐름으로 보면 다릅니다. 비슷한 금액이 반복되고, 특정 시기에 몰리고, 특정 사람과 연결됩니다. 설명은 가능하지만 정상적인 흐름과는 결이 다릅니다. 자금 사고는 대부분 바로 이 구간에서 조용히 자랍니다.
갖추는 흐름 전체를 보는 구조입니다
사람은 거래를 건별로 보기 쉽지만 횡령은 대개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한 번의 거래는 설명될 수 있어도 열 번의 흐름은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이 진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거래보다, 설명은 되지만 계속 반복되는 거래입니다. 내부통제의 핵심은 이 거래에 이유가 있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이 거래가 정말 정상적인 흐름 안에 있는가를 계속 확인하는 것입니다. 갖추는 설명 가능한 거래 안에 숨어 있는 이상 징후를 먼저 잡아내는 구조입니다.